“같은 작품도 늘 신선하게 전달하는 것이 목표”
말러는 생전에 “언젠가 나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했다.
생전에 베토벤과 같은 찬사와 숭배를 누리지 못했던 말러는
사후 100주년인 1960년을 기점으로 서양 음악계에 붐을 일으키기 시작하더니
현재는 마니아를 넘어선 폭넓은 팬층을 형성하고 있다.
세기말의 회의, 불안, 고뇌를 표현한 말러에 심취한 지휘자이자 작곡가인
레너드 번스타인이 세상 밖으로 그를 끄집어 내 빛을 보게 했다면,
한국에서는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이하 부천필)가 그러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역시 말러에 깊은 애정을 가진 지휘자 박영민과 함께 빚어내는 부천필의
말러는 관객들에게 깊은 통찰력과 새로운 감각으로 다가와 묵직한 감동을 주고
이제 또 한 번의 역사적인 완주를 앞두고 있다.
올해, 2015년 부천필 취임 연주회부터 시작한 ‘말러 시리즈’를 완주할 예정이고 5월에는 말러의 ‘죽은 아이를 위한 노래’, ‘대지의 노래’를 공연해 말러에 더욱 깊이 들어간다. 말러 시리즈 완주에 대한 소감은?
처음부터 말러를 시리즈로 연주하려고 시작했던 건 아니었다.
그런데 부천필은 워낙 말러 작품으로 많은 성과를 이루었기 때문에
내가 온 이후에도 말러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가 있었다. 그렇게 한 해에 한두 곡씩 하다 보니 어느새 완주에 이르렀다. 사실 8번의 경우 규모가 너무 크고 이벤트성이 강한 작품이라 고심했는데 11월, 시리즈의 마지막 무대에 올리게 되었다.
5월 공연의 프로그램인 ‘대지의 노래’는
심포니만큼 큰 비중을 가진 약 한 시간 길이의 관현악곡이다.
말러의 교향곡 해석에 있어서 어떤 부분을 중심에 두고 이어왔는지,
또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이라는 다소 난해할 수 있는 말러에
입문자들은 어떻게 접근하면 좋은지?
부천필은 특히 말러 연주를 많이 했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늘 주의하는 것은 어느 한 스타일에 머무르지 않도록 하는 점이다.
나는 전에 했던 연주라도 새 악보를 가지고 보잉 등을 다르게 시도해 항상 새로운 해석을 하려고 애를 쓴다. 말러 5번과 2번은 두 번 이상, 1번은 여러 번 연주하고 녹음도 했는데 할 때마다 처음 연주하는 것처럼 신선하게 하려고 한다. 이 점이 특별 하다면 특별한 점이다.
말러 작품은 몇 번 듣고 바로 매력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일단 작품 길이가 대체로 긴데, 긴 음악을 조망할 수 있으려면 본인 스스로가 흐름에 따라 조이고 놓고 하면서 감상하는 수준이 되어야 가능하다. 즉, 음악을 많이 들어본 사람이어야 한다. 요즘 ‘쉽게 듣는 클래식’, ‘알기 쉬운 클래식’, 이렇게 제목을 많이 붙이는데 좀 솔직할 필요가 있다. 쉽지 않은 걸 자꾸 쉽다고 하면 오히려 금방 포기할 수 있다. 어려우니 접근하지 마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무엇이든 더 높은 가치를 얻으려면 그만큼 시간과 노력을 더 지불해야 한다는 뜻이다.
공부한 만큼 아는 게 순리이지 않은가.
말러는 유태인 혈통이지만 체코 태생이었고, 독일어를 쓰면서 오스트리아 빈에서 주로 활동했다. 소속이 없는 것에서 오는 불안함이 존재한다. 그리고 말러가 살았던 시대, 19세기 말 빈의 역사를 이해하면 도움이 된다. 그 당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 예술적 사조에 영향을 주었는데, 빈은 보헤미안 지방과 이탈리안 지방을
아우르는 큰 제국의 수도로서 무척 인터내셔널 했다.
이런 배경 때문에 말러의 음악은 시대적, 국가적 사조와 한계를 뛰어넘는 포용성이 있다. 여기에 말러가 어릴 때 겪었던 상황들-일찍 이별한 동생들로 접한 죽음의 의미, 그럼에도 유쾌하게 살아가는 아이러니한 삶의 모습-이 주었던 영향도 클 것이다. 이처럼 그를 둘러싼 것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들으면
복잡하고 난해할 수 있는 말러의 음악이 조금씩 다가올 것이다.
단, 너무 깊게 들어가면 우울함에 동화되는 부작용이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웃음) 이번 5월 프로그램의 곡의 가사도 비탄적이다. 사이사이 잠깐씩 해가 비치지만
전체적으로 무겁고 진지하다. 인간의 한계에 관한 메시지랄까.
2018년 창단 30주년을 맞은 부천필과 어느덧 6년째 호흡을 맞추고 있다.
그간 다양한 작곡가 시리즈와 오페라 레퍼토리를 통해 꾸준히 성장을 도모해 왔다.
말러 이후 집중할 레퍼토리는?
또 부천필 만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오케스트라 규모에 있어서 부천필이 작은 오케스트라였다면 베토벤, 브람스에서 멈췄을 테지만, 부천필은 3관 편성에 단원 수가 80명 정도 된다. 그때그때 단기 단원들을 모아 4관 편성을 만들면 후기 낭만 작품을 연주하는데 무리가 없다.
후기 낭만의 대표인 말러를 꾸준히 하다 보니 그 주변에 있는 작품으로 영역 확장이 가능했던 것 같다. 브루크너·리하르트 슈트라우스·바그너 등을 그렇게 해나갔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단원 개개인의 기량이 굉장히 좋아야 하는데, 스트링 파트의 연주력은 부천필의 강점이기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작년부터는 모던한 레퍼토리까지 내려왔다. 쇼스타코비치를 두 번 연주했고 스트라빈스키도 작년에 이어 코로나로 연기된 올해 교향악축제에서 연주할 계획이었다.
앞으로 좀 더 현대적인 작품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너무 어려운 작품만 하면 청중들이 선호하지 않기에 균형을 맞추는 점도
하나의 숙제인데 다행히 부천필 공연을 찾아오는 분들은 비교적 잘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폭이 넓다. 그런 의미에서 부천이 음악문화에 있어서는 다른 도시에 비해 앞섰다고 얘기할 수 있는데 쉽게 접할 수 없는 레퍼토리를 가까운 데서 아주 저렴하게 들으니 관객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오페라, 신년, 해설 음악회에도 최선을 다해 밸런스에 신경 쓰고 있다.
이런 음악회가 클래식에 관심을 갖게끔 유도하는 모티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천필의 좋은 부분은 단원 모두 성실하고 음악에 진지하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음악의 높은 수준으로 가고자 하는 공동의 의지가 형성되어 있다.
다만 심포니 오케스트라들은 여러 장르 중에 성악 장르와 같이 할 때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음악사를 보면 오케스트라는 오페라에서 시작되어 후에 심포니로 독립됐는데 시스템적인 문제 때문인지,
우리나라에서 오페라는 반주한다는 느낌이 강해서인지 잘 하기가 쉽지 않다.
오케스트라가 거꾸로 오페라를 주최하면 스케줄도 우리가 자유롭게 할 수 있어서 음악적으로 더 좋은 성과를 얻어낼 수 있다.
이런 생각을 늘 가지고 있어서 1년에 한 번은 꼭 오페라를 한다.
관객들 반응도 굉장히 좋다.
각각의 작품마다 원하는 소리로 이끌어내는 방법이 다른지?
해석에 있어서 예전에는 악보에 매우 충실한 편이었다.
지금 충실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요즘은 음악이 악보로부터 자유롭게 좀 더 음악이 가진 자체의 사운드와 흐름을 갖도록 표현해야 한다는 데로 스스로 변해가고 있다.
작품의 장르적, 작곡가적 사조가 이미 고유의 사운드를 가지도록 한다.
예를 들어 초기 고전 시대의 음악은 바로크적 사운드가 남아 있고, 베토벤 즈음 오면 요즘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난다. 후기 낭만 쪽으로 갈수록 점점 관악기가 보강되고 그에 맞춰서 현악기도 커진다. 좀 더 모던으로 들어오면 타악기도 많이 들어오면서 각 악기가 특색에 맞게 고루 분포되고 모두 중요해진다. 그러니까 시대별 작품은 편성의 캐릭터 때문에 벌써 자기가 가지고 있는 컬러가 있는 것이다. 작곡가들 또한 자기 작품에서 표현되는 특유의 컬러가 존재한다. 그다음,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에 맞게 기본적 사운드를 변환하여 표현하는 데서 차이점이 있을 수 있다. 템포, 프레이징 등 음악적 개성도 연습 과정에서 결정하는 것이다.
나는 오케스트라 스코어도 계속 새로 산다. 같은 게 4개 있는 것도 있다. 학생 때 보던 건 창피해서 도저히 봐줄 수 없는 수준이다. 지금 사는 이 시점에 최선을 다하는 게 좋다. 현재의 음악적 상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1988년 수도권의 작은 도시에서 정단원 5명으로 시작한 부천필은
이듬해 지휘자 임헌정을 상임지휘자로 영입하며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창단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쇤베르크, 바르토크 등 20세기 작품을 초연하고,
브람스와 베토벤의 교향곡 전곡 연주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해내며
음악계에 조용한 파도를 일으켰다.
부천필은 말러 교향곡 연주로 특히 유명하다.
1999년부터 2003년까지 한국 최초로 이어진 말러 시리즈는
당시 한국 클래식 팬들에게 생소했던 말러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음악세계를 완벽히 재현한 탁월한 곡 해석으로 열풍을 일으키며
우리 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기념비적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부천필의 끊임없는 노력은 국내 예술전문가들의 압도적 지지를 얻어
음악 단체 최초로 한국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2005년 호암예술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뤄내게 하였으며 이를 통해 한국 오케스트라의 지형도를 바꾸며
지금까지 정상급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2018년 창단 30주년을 맞이한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탄탄한 연주 실력과
진취적인 도전을 통해 국내뿐 아니라 세계 어느 무대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최고의 오케스트라로 성장하였다. 특히 2015년부터 박영민 상임지휘자와 함께하며
더욱 다채롭고 풍성한 레퍼토리로 한층 진화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안주하지 않고 다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부천필의 중심에는
언제나 오케스트라의 최대치를 이끌어내는
지휘자 박영민의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있다.
부천필은 지난 4월부터 쇼스타코비치 시리즈라는 야심찬 기획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정기연주회는 그 시리즈의 두 번째 연주회로, 이날 연주된 두 곡 모두 쇼스타코비치의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사실 쇼스타코비치 탄생일이었던 이 날, 그의 음악으로만 채워진 이 날의 프로그램 구성은 그의 음악의 강렬한 표현성을 오롯이 경험하는 데에 충분했다.
이 연주회에 앞서 부천필은 지난 249회 정기연주회에서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12번을 연주했을 만큼, 최근 그의 작품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9월 초, 알렉세이 코르니엔코의 지휘로 아트센터 인천에서 연주되었던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12번은 부천필의 쇼스타코비치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여놓았다. 이번 정기연주회에서 선보인 쇼스타코비치의 10번 교향곡은 올해 10월 부천필의 유럽 투어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있기도 해서, 이미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었을 것이다.
새로운 선택
지난 날 부천필이 쌓은 명성의 중심에는 단연 작곡가 말러가 자리하고 있었다.
부천필은 올해 5월에도 말러의 대작, 교향곡 3번을 멋지게 소화했다. 부천필이 우리 나라 최초의 말러 교향곡 전곡 사이클을 완성한 시점으로부터 이제 16년이 지났다. 말러를 연주하는 것이 연주자들에게도, 청중들에게도 버겁던 시절, 부천필이 선택한 길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었다.
그 사이 말러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각도 깊어졌고, 그것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들의 기량도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향상되었다. 부천필은 이 모든 변화들의 중심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두 이들이 젊고 패기에 넘쳤기에 가능한 변화들이었다.
이제 부천필은 지휘자 박영민과 함께, 새로운 말러 시리즈를 진행하고 있고, 바그너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도 시리즈 음악회로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들이 선택한 ‘새로운 길’은 쇼스타코비치이다. 왜 하필 쇼스타코비치인지를 진지하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왜 쇼스타코비치인가?
근래에 들어서 우리나라 오케스트라 프로그램에서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들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청중들에게 쇼스타코비치는 아직 만만하게 들을 수 있는 작곡가는 아니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먼저 쇼스타코비치가 구 소련을 대표하는 작곡가라는 사실은 우리나라의 분단 상황에서 그의 음악이 수용되는 데에 분명 걸림돌이었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그의 작품은 우리 나라에서는 연주는 물론, 음반 수입도 되지 않았으니, 한국의 청중들에게 그의 음악은 오랫동안 생소할 수 밖에 없었다. 냉전이 과거의 역사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클래식 음악 시장에서 말러가 받아들여지는 데에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음을 생각해본다면 수긍이 갈 문제다.
또다른 이유로는 쇼스타코비치가 20세기의 모더니스트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도 들 수 있다. 일반 청중들이 여전히 현대 음악을 이해하기 어려운 음악이라는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다면, 쇼스타코비치의 음악도 그런 선입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쇼스타코비치는 교향곡과 현악사중주와 같은 매우 보수적인 장르에 많은 곡을 남긴 작곡가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또한 그의 교향곡들은 18세기와 19세기 작품처럼, 모두 중심 조성을 가진 조성 음악이다. 쇼스타코비치의 음악 언어에 익숙한 청중이라면,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은 전통과 현대 사이에서 교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소리로 들어서 알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말러는 낭만주의 시기의 마지막 작곡가로 평가받았었다. 그러나 근래의 음악사 연구는 말러를 음악에서의 모더니티의 출발점으로 본다. 오늘날 그의 음악이 계속해서 연주되고 감상되는 동안 현대 음악의 시작은 어느새 우리의 음악 문화 안에 깊숙이 자리잡았다. 쇼스타코비치의 음악도 마찬가지다. 쇼스타코비치가 남긴 15개의 교향곡이 전세계의 콘서트홀에서 각광받는 레퍼토리로 자리잡은지 오랜 시간이 지났다. 지난 날 여러 가지 이유로 무대에 올리지 못했던 이 작품들이 이제는 익숙해질 시간이 무르익었다.
부천필의 새로운 기획 연주인 쇼스타코비치 시리즈는 단순히 오케스트라 레퍼토리 확장의 측면에서만 이해할 것이 아니라, 콘서트홀에 오는 청중들의 취향을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넓히고자 하는 커다란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21세기의 관점에서 이제 쇼스타코비치를 “현대”의 카테고리에 넣기에는 애매모호한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최근 우리 나라에서도 교향곡 5번을 제외하고는 들을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던 그의 교향곡들이 하나 둘씩 무대에 오르고 있음을 본다. 그래서 젊고 패기에 넘치는 오케스트라인 부천필의 쇼스타코비치 시리즈는 신선하고, 무엇보다 반가운 변화다.
이 날 연주된 두 곡의 쇼스타코비치는 그가 어떤 색깔을 가진 작곡가인지를 강렬하게 보여주는 곡들이었다. 전반부는 문웅휘의 협연으로 첼로 협주곡 제1번이 연주되었고, 후반부에서는 교향곡 10번이 배치된 프로그램이었다. 이 두 곡을 관통하는 것은, 작곡가 쇼스타코비치가 교향곡 10번에 대해 이야기 한 것처럼, 인간의 감정과 열정이었다. 이 두 곡만큼은 연주자들의 열정을 최대한도로 끌어올리는 것이 이 두 곡이 가진 연주상의 과제이기도 했다.
첼리스트 문웅휘와 첼로 협주곡 1번
이런 점에서 문웅휘가 협연한 첼로 협주곡 1번에서 시작 부분의 그 유명한 액센트 붙은 네 음의 스타카토 모티브는 못내 아쉬웠다. 오케스트라 서주 없이 협연자가 먼저 시작하는 1악장에서 솔로가 휘청하니, 박진감이 넘쳐야 하는 오케스트라의 리듬도 불안하게 출발했다.
솔로로 시작하는 모든 협주곡이 협연자에게 큰 부담을 주기 마련이다. 이것은 마치 피겨 스케이팅의 중요한 기술인 점프가 연기의 앞부분에 배치되어 있어서 그것의 성패가 전체 연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과 같을 것이다. 문제는 시작이 삐끗거렸을 때 그것을 극복하고 페이스를 찾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문웅휘의 첼로는 1악장의 후반부로 가면서 점차 제 페이스를 되찾았다. 흔들렸던 리듬도 점차 안정되어 갔고, 그의 첼로에서 인상적인 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느린 악장인 2악장에서 첼레스타와의 앙상블은 반짝였고, 호른 솔로도 문웅휘의 연주를 빛나게 하는 데에 일조했다.
이 곡을 초연한 전설적인 첼리스트,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는 쇼스타코비치가 그렸던 첼로의 이상이었다. 쇼스타코비치의 마음 속에는 로스트로포비치의 첼로 소리가 새겨져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웅휘의 첼로가 쇼스타코비치의 이상을 자신만의 소리로 탈바꿈 시킨 것을 볼 수 있는 부분은 카덴차로만 구성된 3악장이었다. 문웅휘는 거칠고 날 것 그대로의 강렬한 소리보다는, 훨씬 더 고운 결을 가진 다듬어진 소리로 3악장을 연주했지만, 거기에는 일관된 흐름이 있었다. 침묵을 활용하여 완급을 만들어냈고, 그의 첼로가 가진 표현성은 돋보였다.
문웅휘의 첼로가 가진 이러한 장점은 그가 연주한 앙콜곡인 브리튼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의 세레나타 악장에서 그대로 이어졌다. 역시 로스트로포비치의 연주로 초연되었던 브리튼의 작품을 연주함으로써, 문웅휘는 쇼스타코비치와 브리튼, 로스트로포비치로 이어지는 20세기 음악사의 중요한 연결고리를 청중들에게 선보였다.
박영민과 부천필의 교향곡 10번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날 연주회의 하이라이트는 부천필의 사운드로 탄생한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10번이었다. 지난 정기연주회에서 연주된 교향곡 12번, “1917년”의 연주에서도 부천필은 쇼스타코비치 특유의 페이소스와 조롱이 한 데 뒤섞인 음악을 멋지게 빚어냈었다. 지난 연주회에서도, 이번 연주회에서도 부천필의 금관악기들은 쇼스타코비치와 좋은 궁합을 선보였다. 금관의 앙상블이 부천필의 트레이드마크라는 말이 괜한 소문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주었다.
오케스트라의 실내악적인 앙상블들이 빛나는 순간들도 여러 차례 있었다. 가령, 1악장에서의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의 긴밀한 앙상블, 바순과 콘트라바순의 멋진 조합, 3악장 마지막 부분의 플롯과 피콜로의 앙상블은 교향곡 전체가 빚어지는 과정에서 빛나는 순간들이었다.
지휘자 박영민이 보여준 집중력은 이 교향곡 전체가 하나의 일관된 드라마로 전달되는 데에 있어서 가장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전체 길이의 절반에 육박하는 1악장에서, 지휘자 박영민은 20분이 훌쩍 넘어가는 이 악장이 하나의 커다란 흐름을 가지고 들릴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있어서 훌륭한 균형감각을 보여줬다. 그의 지휘 아래 부천필은 1악장의 긴장감을 시종일관 잃지 않았고, 이 집중력은 1악장을 넘어서 작품 전체가 응집력 있는 하나로 만드는 데에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박영민과 부천필은 흐트러지지 않는 집중력으로 쇼스타코비치가 강조한 “열정”을 이 교향곡 안에 온전히 담아냈다. 4악장의 안단테에서 알레그로로 넘어가는 부분의 바순의 화려한 솔로 패시지에서 오케스트라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는 마지막 화음에 이르기까지, 박영민과 부천필은 이들이 그동안 구축한 사운드가 이제 한국의 청중들을 넘어, 유럽의 청중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능력이 차고도 넘침을 보여주었다.
글|정이은(음악학자)
글 박성준 기자
유럽투어 앞둔 ‘부천필’ 박영민 상임지휘자
“韓 오케스트라 젊고 기량 좋아… '꿈의' 베를린필홀서 연주 영광”
“우리가 수준 높으니 걱정 없어요.”
오는 10월 초 유럽 순회 연주에 나서는 박영민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에게 “유럽 현지에 수준 높은 연주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 없느냐”고 묻자 즉각 돌아온 답이다. 박 상임지휘자는 “물론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는 오랜 전통도 있고, 예산도 풍부하고, 잘하는 이를 뽑은 데서 또 뽑으니 잘하지만, 유럽 모든 오케스트라가 다 잘하는 건 아니다”며 “좋은 계기만 있으면 우리가 더 잘할 테니 특별한 부담은 없다. 우리나라 오케스트라들이 젊고 기량도 좋다. 특히 부천필은 기량이 월등한 오케스트라”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10월 4일 독일 쾰른필하모닉홀 연주를 시작으로 베를린에서 프랑스 메츠로 이어지는 이번 유럽 정기연주회는 한국 작곡가 조은화가 작곡한 장구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자연(自然), 스스로 그러하다’,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10번,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3번,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4번 등 까다로운 곡이 고루 포함됐다. 최근 추계예대 연구실에서 만난 박 상임지휘자는 “레퍼토리도 많고 힘든 곡도 많은데 단원들이 모두 집중하다 보니 연습진도가 굉장히 빠르다”며 “오늘로 사흘째 연습인데 벌써 ‘이런 컬러가 나오겠구나’는 연주 형체가 나온다”고 말했다. 특히 부천필은 이번 유럽투어에서 세계 클래식 연주자에게 각별한 의미를 지니는 전통의 베를린필하모닉홀 무대에도 선다. 박 상임지휘자는 “베를린필하모닉홀 연주는 누구나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세계 정상급 연주홀 무대에 설 기회를 갖는다는 건 여러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마침 부천필은 오랜 산고(産苦) 끝에 2023년을 목표로 전용 콘서트홀을 짓기 위한 터 잡기를 시작한 상태다. 오케스트라는 꾸준히 같은 공간에서 연습해야 자신만의 음색을 만들고 유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오케스트라에 전용 연주홀은 꼭 필요하나 실제 가지고 있는 악단은 베를린필, 빈필 등 세계적으로도 손꼽을 만큼 적은 ‘꿈의 무대’다. 국내에서도 부천필이 자신만의 연주홀을 가진 첫 오케스트라가 될 전망이다. 부천시가 일찌감치 ‘문화도시’로 좌표를 설정하고 이에 호응해 부천필이 좋은 성과를 쌓아온 덕분이다. 박 상임지휘자는 “전임 임헌정 선생이 젊으실 때 부임하셔서 24년간 놀랍게 발전시키셨다. 그래서 시에서도 전용 홀을 짓자는 얘기가 20년 전부터 있었으나 그만큼 예산이 안 따라오다 제 임기 때에 와서 지어지니 제가 운이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부천필하모닉홀’ 이야기에 박 상임지휘자 목소리는 열기를 띄었다. 그는 “여러 전문가가 모여 회의를 한두 번 한 게 아니다. 제 주장은 오로지 ‘음향의 중요성과 예산배정을 최우선으로 해달라’였는데 다행히 모두가 공감해줬다. 다른 건 예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도 음향 부분 예산은 고정됐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다. 설계단계에서부터 연주자는 물론 악기 담당 등 여러 악단 관계자들이 모두 의견을 내서 악기 이동을 위한 동선, 연습실 크기, 음향 조건 등이 세세히 검토됐다.
박 상임지휘자는 “오케스트라가 주인으로서 연주홀 건축단계부터 참여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덕분에 ‘클래식·무용·연극·뮤지컬 등 모든 공연이 가능하다’며 지어놓았으나 결국 모든 공연에 부적절한 무대가 되어버리는 여느 지자체 다목적홀과는 차원이 다른 클래식 전용 연주장을 기대하게 된 것이다. 박 상임지휘자는 “고양 아람음악당(2007년)이 그 시대 지어진 것 중에는 음향이 가장 좋고, 최근 지어진 롯데콘서트홀(2016년)은 다른 연주홀과는 또 다른 세대에 속한다”면서도 “우리 연주장은 한발 더 나아가서 가변형 천장 음향판을 최초로 갖게 된다. 오케스트라 편성에 따라 잔향을 조정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 국내에선 소방법에 걸려 이를 적용할 수 없었다고 한다”고 자부했다. 적지 않은 예산문제로 빠졌던 파이프오르간도 부천시 결단 덕에 설치되는 쪽으로 막판에 바뀌었다. “후대에 보면 또 시대적 한계가 있을 겁니다. 그러나 ‘이 시대에는 최선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콘서트홀이 태어날 겁니다. 영국 전문업체가 음향을 담당하는데 ‘모든 디테일한 소리가 살아날 수 있도록 만들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32세 젊은 나이에 추계예대 교수가 되어 50세에 부천필 상임지휘자가 된 박영민은 5년 전 취임 일성으로 “계속 새로운 시도도 하고 수준도 높여야 한다. 적당히 하면 퇴보한다”고 다짐했다.
그 말대로 2015년 시작한 ‘말러 시리즈’, 2016년 ‘바그너의 향연’, 2017년 ‘R. 슈트라우스 시리즈’에 이어 올해 러시아의 20세기 음악을 대표하는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시리즈’를 진행 중이다. 레퍼토리가 화제에 오른 김에 왜 국내 클래식계에 ‘말러’, ‘쇼스타코비치’ 곡들이 풍년인지 물었다. “요즘 유행이죠. 제가 학생일 때(80년대)는 말러는 (대편성이어서) 국내 오케스트라는 연주가 불가능했고 쇼스타코비치는 옛소련 적성국 음악이어서 금지곡이었어요. 연주가 금지인 정도가 아니라 아예 음반을 못 사게 한 시절입니다. 오케스트라 레퍼토리가 보통 베토벤, 브람스 곡인데 그러다 보니 너무 차별성이 없어요. 오케스트라 곡에도 사이즈가 있습니다. 보통 2관 편성이면 단원 60명 이하 중소규모 오케스트라고 부천필은 3관 편성으로 단원수가 80여명입니다. 그러면 80여명이 참가하는 걸 해야 하는데 모차르트 곡을 하면 참여 단원이 너무 적어집니다. 그러다 보니 선택의 폭이 줄어들어요. 80여명이 할 수 있는 곡이 많지 않습니다. 말러 교향곡 정도를 언제든지 좍 꺼내서 보여줄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오케스트라면 사실 웬만한 건 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청중이 얼마나 연주곡에 익숙 해하느냐가 문제입니다.”
현대곡·창작곡 연주가 적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대곡이 들어가면 관객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한 곡만 끼어 있어도 관객이 그 곡 끝나고 들어올 정도다. 그런데도 ‘누군가는 모험해야 하지 않냐’고 하는데 현실이 녹록지 않다”고 설명했다. 해군제독, 야구감독과 함께 한번 해볼 만한 직업으로 꼽히는 지휘자의 리더십에 대해서도 물었다. “오케스트라는 지휘자 혼자 만드는 게 절대 아닙니다. 방향성을 제가 제시하면 단원 각자 아티스트라서 그것에 대한 자신들 반응이 있습니다. 그런 반응이 모여서 부천필만의 컬러가 나오는 겁니다. 한마디로 예술이죠. 전체적으로 음악과 음색을 만들기 위해 여러 악기가 조금씩 음정을 조정해서 그 색깔을 만드는 게 오케스트라 예술의 결정체입니다. 오케스트라는 미묘한 차이로 컬러가 조금씩 변합니다. 열심히 세공하듯 화음과 리듬을 다듬어내는 걸 강조합니다. 무슨 ‘화이팅’류의 단합, 인간적 소통을 위한 회식 같은 건 전혀 요구하지 않습니다.”
‘지휘자=카리스마’라는 인식에 대해서도 박 상임지휘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며 뜻밖의 의견을 밝혔다. 그는 “요즘 세계적으로 여성 지휘자가 우대받는데 그들이 기회가 주어지니 굉장히 잘한다”며 “왜냐면 여성 지휘자는 ‘마초 스타일’처럼 쓸데없이 인간적 지배를 하려 않는다. 그게 오히려 오케스트라 단합을 잘 시킨다. 역사적으로 얘기된 지휘자의 남성성이 오히려 온전한 의미에선 ‘앙상블’을 그다지 못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좋은 지휘자, 좋은 오케스트라’에 대해선 “딱 음악에 헌신해야한다”고 말했다. 박 상임지휘자는 “지휘자는 동작이나 신호, 표현이 음악적 목표에 딱 분명히 부합해야 한다. 그러기 쉽지 않아서 하는 얘기다. 과장이나 허세는 지휘자에게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라며 “그런 유혹을 느낀다. 사람들이 자기만 쳐다보니까”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지휘자의 쇼맨십도 무대에서 보다 자극적인 음악 반향을 끌어내기 위해 필요할 때가 있지만 그런 이유 없이 그저 과장된 몸짓인 경우가 매우 많다는 지적이다. “지휘자도 연주할 때는 연습할 때와 달리 오케스트라에 보여주는 면모가 있습니다. 무대에 불이 들어왔을 때 지휘자의 그런 열정에 단원도 스스로 감동하고. 지휘자도 감동하면서 관객도 예기치 못한 효과와 음악적 달성을 볼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그냥 과장된 쇼맨십도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좋은 연주자는 음악에 헌신해야 합니다.”
공연계에서 오랫동안 시빗거리인 관객 매너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는 “조용할 때 (소리)나면 좀 짜증 나죠. 집중해서 잘 가는 중인데 ‘김샜다’ 그런 느낌이 드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탓할 수는 없죠. 물론 전자기기는 조심해야 하고 아예 차단했음 좋겠는데, 그 또한 실황이 가진 우연성 아니겠어요. 그런다고 연주가 흔들릴 정도는 아닙니다. 그 정도는 극복해낼 수 있어야 프로죠. 돈 내고 시간 내서 온 관객이 일부러 그러진 않았을 텐데. 특히 악장 간 기침은 집단 심리죠. 세계 어디나 있는 현상입니다. 날씨 나쁜 나라는 관객 기침이 굉장히 많아요. 러시아 연주를 들어보면 계속 누군가 기침합니다.” 포부만큼 도전적으로 부천필을 이끌어 온 박 상임지휘자는 유럽투어 후 계획에 대해서 “너무 고생하는 건 안 해야지 한다”면서도 야심찬 청사진을 펼쳐 보였다. “또 다른 음반 녹음 시리즈를 생각해봐야죠. 말러 심포니 등 부천필이 녹음한 음반이 꾸준히 호응을 얻으며 굉장히 성공했습니다. 또 연주홀이 완공되면 국제음악제도 가능한데 하려면 미리 준비해야죠.” 마지막으로 콘서트홀 연주 직전 객석과 악단의 모든 감각이 그가 치켜든 지휘봉에 집중된 순간 느낌을 물었다. “지배력이요? 어휴. 그게 부담이지 쾌감이겠어요. 부담이지. 내 손끝 하나로 왕창 말아먹을 수 있는 생각이 든다면 얼마나 부담이겠어요. 스트레스는 그냥 받아요. 받아서 엉망이 돼요. 지휘자가 장수한다는 건 옛날얘기고요. 아마 잘 된 지휘자만 장수했을 거예요. 잘 안된 지휘자는 그전에 다 죽었을 거예요.”
(Quoted from Segye daily news)
by Reviewer 조진형(한국음악평론가협의회 회장)
부천필은 지금까지 클래식연주에 열정을 쏟아왔고 그만큼 각광을 받고 있다. 특별히 말러 교향곡전곡 CD를 펴내는 등 관심을 기울여왔고 그만큼 성과도 거두어 ‘말러’ 하면 부천필을 떠올리게 되었다. 이번공연에서는 부천필의 더욱 적극적인 면을 느낄 수 있었다. ‘박영민의 말러 제3번’이라는 공연명부터 그러했다. 지휘자 박영민은 포디엄 앞에 놓여있던 보면대를 비우고는 마치 바이올리니스트가 바이올린 소리에 빠져들 듯 지휘자 자신이 오케스트레이션에 푹 빠져보려는 각오를 내비쳤다.
난해한 작품, ‘말러 교향곡 제3번’‘말러교향곡 제3번’ 공연은 시작부터 음악적으로나 미학적으로나 적합지 않아 큰 암초에 부딪히지 않을 수 없게 되어 있다. 작곡가 말러는 아예 시작부터 “이 작품은 음악이기를 거부하는 것으로 자연의 소리를 담은 것입니다”라고 천거하였다.김문경은 “말러의 ‘교향곡 3번’은 마치 만화경과 같이 여러 심상을 표출하고 있어 표제의 의미를 단번에 파악하기가 수월하지 않다”고 하였으며, 음악평론가 ‘에릭 쿡’은 1악장을 지적하면서 ‘총체적 실패’로 보고 “교향곡 3번은 여섯 악장이 통일성을 이루는 데 실패한 말러의 흉측한 교향곡 중 하나”라고 혹평했다.말러는 ‘교향곡 2번’을 6년에 걸쳐 내놓고는 무려 6악장이나 되는 규모로 작곡자 자신도 놀랄만큼 지대한 ‘교향곡 3번’을 “이 교향곡이 내게 갈채와 돈을 가져다주길 희망한다네. 왜냐하면 이 교향곡은 유머가 있고 밝은데다가 모든 세상의 거대한 웃음을 상징하기 때문이지”라고 하며 스스로 긍정하는 면모를 보이며 당당하게 1년 만에 작곡하여 세상에 내놓았다. 그러나 자신의 당당함과는 달리 델리킷(delicate)한 이 곡은 첫 1악장부터 교향곡으로서의 기본 상식을 뒤엎고는 일단은 소나타 형식이라 하나 음산한 레치타티보와 경쾌한 행진곡의 병치는 통상적으로 교향곡의 범주로 볼 수 없는데다 무려 875마디에 한 악장의 길이가 교향곡 한 곡의 길이로 준할 수 있는 무려 35분이니, 자신의 표현 –음악이기를 거부하려는 것 – 대로 그야말로 괴물악장이다.작곡자 자신이 ‘Der Weckruf!’(기상신호)로 기입한 호른 군의 포효하는 소리로 말러 교향곡 3번이 시작된다. 그러나 ‘산이 나에게 말하는 것’이라고 표제로 내세웠듯이 무생물적인 단계로 보이려는 듯 ‘제 1악장’은 금관과 타악기 소리로 자연의 울림을 담은 원초적인 악기가 주가 되어 있으며 주요 주제에는 거의 금관이 차지하고 있다. 교향곡(Symphony)의 미학에 길들여져 있고 이를 기대하고 있는 관중은 불현듯 닥친 주먹에 당한 듯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고 35분이나 지속되니 지루함에 녹초가 될 수밖에 없다. 지휘자(박영민)는 패러독시컬하고 혼돈스럽지 않을 수 없는 이 곡(제1악장)을 돌고 도는 론도 형식으로 분리한 세 가지 영역 –금관이 주도하는 레치타티보와 아리오조 영역, 신비의 판을 그려낸 세레나데적 영역, 신화의 바쿠스적인 영역 –을 머리에 담고 있는 듯 가늠하며 표현하여 난해한 이 곡을 이끌었다.금관과 타악기의 굉음(제1악장)이 그치고 현과 목관의 봄볕 같은 부드러운 앙상블(제2악장: 꽃 이야기)은 작곡자 말러가 “이 곡은 꽃의 성향이 그렇듯 내가 쓴 음악 가운데 가장 평안한 음악입니다. 마치 꽃이 유연한 줄기 위에서 흔들리며 잔물결을 이루듯이”라고 말했듯이 목관의 풍부하고 따뜻한 소리에 바이올린의 다양한 음색의 오묘한 소리가 고운 꽃에서 풍겨나는 향 같았다. “…이 순진한 꽃의 유쾌함은 지속되지 못하고…거친 폭풍이 초장을 쓸고 꽃과 잎사귀를 뒤흔들어놓습니다. 마치 더 높은 곳으로 속죄를 갈구하듯이 그들은 신음하고 흐느낍니다”라고 작곡자가 말했듯이 희롱하는 듯한 요사스러운 사운드, ‘한 여름 밤의 꿈’ 풍의 노래로 마친다.뻐꾸기 폴카, 우편나팔의 세레나데, 부제가 붙은 ‘제3악장’은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에서 가사를 소재로 한 것인데 말러의 전14곡의 가곡집 ‘청년시절의 노래’의 제11번째 곡인 ‘여름밤의 꿈’에 의한 것이다. 이 가곡은 ‘뻐꾸기는 수양버들 동굴 속에 빠져 죽었다. 나이팅게일은 푸른 가지에서 울면서 이제 우리들을 즐겁게 해주리’라는 가사이다. 동물에 관한 소리를 가곡의 일부분을 인용하여 작곡하였다. 연주의 프로그램에 보면 “인간이 출현하기 전 숲속의 삶은 평온하고 방해받지 않았다. 곧 동물들은 인간의 출현은 목격한다. 인간은 조용히 동물들을 지나쳐 걷지만 미래의 환난으로 동물들은 공포를 갖게 된다”고 하였다.사람으로 인하여 공포에 휩싸인 동물들의 두려움을 표현하기 위하여 현의 트레몰로가 fff에서 pp로 다이나믹의 낙차를 보이고 코다 직전에는 ppppp가 그려져 있어 극단적인 강약법을 쓴 것이 이색적이다. ‘인간이 내게 말하는 것’이라는 부제가 붙은 ‘제4악장’은 텍스트를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가져왔다. 알토(이아경)가 부르는 노래 “오 인간이여! 조심하라! 깊은 밤은 무엇을 말하는가? 나는 자고 있었네! 그리고는 꿈에서 깨어났도다. 이 세상은 깊도다. 낮이 생각한 것보다 깊도다. 세상의 고통은 깊도다. 쾌락은 아직 비통함보다 깊구나! 고통은 말한다. 사라져라! 그러나 모든 쾌락은 영원을 갈망한다. 깊은 영원을!” 실로 숙연한 모습으로 알토 이아경이 저현의 반주에 따라 부른 이 노래는 관중도 깊이로 빠져들게 하였다.‘천사가 내게 말하는 것’의 부제가 붙은 ‘제 5악장’은 천사의 노래와 베드로의 회개로 이어진다. 종소리, 글로켄슈필, 소년합창, 여성합창이 경건한 분위기로 이끈다. 텍스트는 ‘소년마술뿔피리’에서 인용되었고 독창 및 피아노 버전을 합창과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바꾸었던 것이다.소년합창단(부천유스콰이어)이 빔 밤(Bimm Bamm)으로 외쳐 종소리를 모방하고 알토 독창도 여기에 끼어든다. 여성합창단(부천시립합창단과 과천시립여성합창단)이 실로 경건한 소리로 노래한다. “세 천사가 달콤한 노래를 부르고 있었네. 그 노래는 천국에서 복되게 울려 퍼지고 그들은 기쁨의 환성을 질렀네. 베드로는 무죄라고... 천국은 행복한 곳이요, 천국의 기쁨은 끝이 없어라. 예수께서 베드로와 모든 이의 영원한 행복을 위해 천국의 기쁨을 준비하셨도다.”알토의 독창 “어찌 울지 않을 수 있으리까”는 베드로의 역으로 노래한 것이다. 복음적인 이 노래들은 관중을 경건한 마음으로 이끈다.‘사랑이 내게 말하는 것’이라는 부제가 붙은 마지막 장 ‘제6악장’은 실로 감동적인 곡으로 곡 전체를 아울러 완성적인 피날레로서 이 곡을 듣기 위해 이 전의 긴 부분도 인내하여 기다리고 있으며, 이 악장에서 현의 표현이 독특한 아름다움으로 인해 발레음악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제5악장의 종소리의 여운이 사라져 갈 무렵 바이올린이 가장 낮은 음역대를 연주하는 G선으로 주제를 조용히 찬가 풍으로 노래한다. 장조와 단조가 번갈아 제시되면서 곡은 두 번 고통의 클라이막스를 거치게 된다. 이는 숭고한 사랑으로 가는 여정에 필연적으로 절망과 고통이 동반됨을 표현한 것이다. 조용한 가운데 플루트와 피콜로가 솔로 연주로 깨달음을 주는 듯, 트럼펫 군이 주요 주제를 장엄하게 울리는 재현부는 모든 걱정과 갈등이 해소되고 지복의 단계로 상승함을 나타내어 가장 지고한 하나님의 사랑으로 수용코자 하였다.
적극적으로 다가서 신선한 충격으로 관중을 사로잡은 박영민지휘자 박영민은 서울음대에서 작곡을 전공하고 이어 오케스트라 지휘를 전공하고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립음대를 졸업하고는 지휘자 단골 코스로 여기는 키지아나 아카데미를 수료하였다. 2015년 부천필의 상임지휘자로 부임하고는 부천필만의 사운드 구축을 위해 다양한 시도로 열정을 쏟아 클래식 음악계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금번 공연(박영민의 말러 3번)은 말러 교향곡 중에서도 가장 난해한 말러 3번 연주를 보면대 없이 바짝 달려들어 지휘함으로서 또 다른 면을 보여주었다.대부분의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meter(박자)에 연연하는 경우가 많은데 박영민은 이를 벗어나 곡의 스토리(흐름)에 중심을 두고 오케스트라 모든 소리를 지휘자 지휘에 모아 앙상블을 이루는 모습이 새롭게 보였다. 금번 공연에서도 특히 변화무쌍한데다 템포까지 빨라 대부분의 지휘자들이 연주할 때 허겁지겁하는 경우가 많은 제 1악장에서도 중심 축을 놓치지 않고 흐름을 이어가는 모습이 돋보였다. 특히 변화무쌍한데다 템포까지 바른 꼭을 순간적 포착으로 흐름을 이어가는 것에 감탄이라기보다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따뜻한 봄볕에 활짝 핀 꽃이 향기를 풍기는 듯한 ‘제2악장’, 극적인 표현으로 동물세계의 굴곡을 읽어낸 ‘제3악장’, 관중이 숨소리까지 멈추게 한 알토 독창을 축으로 한 앙상블의 ‘제4악장’, 더할 나위 없는 신앙적 경건의 극치를 이룬 소년합창과 여성합창의 ‘제5악장’, 음악미학의 최상의 묘미로 곡을 종결지은 마지막 장 ‘제6악장’,말러 자신이 음악이 아니라고 표현한 ‘제1악장’을 제외시키거나 변혁할 수만 있다면 ‘박영민의 말러 3번’ 공연은 심포니 연주 역사상 최상의 연주로 여겨도 좋을 것이다.지휘자(박영민)는 작곡자의 미학(창작품)을 깊이 파고들어가 마음으로 담아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옮겨 공감대를 형성하고는 단원들이 내는 각양의 소리를 자신의 몸에 담아 앙상블을 이루어 표현(지휘)하여 관중에게 미적 공감을 이루고자 하는 그의 오케스트레이션(연주)은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클래식 예술계에 플러스 알파(+a)가 되어 신선한 충격이 되리라 여겨진다.
One of Bucheon City’s long-cherished ambitions, a project to build a new Concert Hall is decided to confirm. The construction will start in 2018 and plans to complete construction in 2021. The committee in charge of creating the Concert Hall which has state-of-the-art sound system has been formed. One of the Korea’s top orchestras, the Bucheon Philharmonic Orchestra will be the resident orchestra at the New Bucheon Concert Hall.
(Quoted from AsiaEconomy Daily, SegyeTimes)
With his Mahler Symphony No. 1 recording release is now the top ranked album in the Samsung Music main page.
(Image captured from Samsung Music Classical Section)
- Harmony of Sound, Combination of Arts
지난 5월 24일 인간의 욕망과 고뇌를 극렬한 아름다움으로 승화한 바그너의 작품들이 예술의전당에서 막이 올랐다. 2016년부터 ‘바그너의 향연’ 시리즈로 ‘음악’이라는 예술의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극의 바탕 위에 음악, 문학, 미술 등 모든 분야의 예술을 접목하여 ‘인간’을 표현하고자 했던 리하르트 바그너의 작품을 탐구해온 부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이하 부천필) 바그너 시리즈의 세 번째 무대였다. 작년 바그너의 서곡 작품만을 모아 연주한 무대와 탄호이저 오페라 콘체르탄테 이후 이번에는 바그너의 음악 중에서도 명곡으로 손꼽히는 ‘탄호이저’ 서곡, ‘발퀴레 3막 중 전주곡인 ‘발퀴레의 기행’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서곡, ‘무언의 반지’로 구성되었다.
“어느 작품이나 마찬가지지만 무엇보다 바그너가 표현해 놓은 사운드를 충실히 재현하는 데 가장 역점을 두었지요. 그리고 그것이 앞으로도 바그너의 음악을 연주할 때마다 부천필이 추구하는 소리가 될 것입니다. 오케스트라를 잘 아는 작곡가들의 작품을 보면 곡마다 세심하게 설정해놓은 음색이 있지요. 꼼꼼하고 세밀하게 사운드를 재현하고 균형을 맞추다 보면 바그너 역시 그 특유의 유려하면서 장엄한 사운드가 재현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바그너는 작곡가이자 혁명가였고 철학자였으며 15시간이 넘는 음악극의 대본부터 음악, 무대까지 모두 설정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니 바그너의 음악극을 음악만 가지고 어느 한 부분을 분석하는 것은 거대한 건축물의 문고리를 잡고 평가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을 겁니다. 인간적으로 바그너의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었고 투쟁의 반복인 동시에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몰염치함도 주저하지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다만 바그너는 베토벤 이후의 교향적 음악을 철학과 사상, 통찰의 도구로 만들었고 그가 남긴 음악 작품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해서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휘자로서는 소중한 존재가 아닐 수 없지요.”
부천필의 ‘바그너의 향연’은 그를 좋아하는 애호가들에게는 일종의 요약본처럼 새로운 느낌으로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바그너 음악을 알고 싶었지만, 그럴 기회를 찾지 못한 청중에게는 그의 음악에 흥미를 느끼고 더 가깝게 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박영민은 바그너 음악이 워낙 철학적이고 독일 음악언어로 표현되어서 청중에게 온전히 음악 메시지를 전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천필 수준의 오케스트라라면 이제 후기 낭만주의의 음악 언어를 전달해야 할 기회가 자주 만들어져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단원들도 ‘바그너의 향연’ 시리즈 연주에 대한 기대감이 높습니다. 결국 음악으로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의 한계를 넘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도 달성되는 것이겠지요.”
그런 면에서 지난 4월부터 새롭게 무대에 오른 R. 슈트라우스 탐구 시리즈는 앞으로 부천필이 가고자 하는 음악적 방향을 명확히 제시해주고 있다.
“The music of R. Strauss is not same type of storytelling comparing to Wagner’s. His music looks brilliant and complicated, but is not more ideological than symphony but more satirical, humorous, and straightforward. However, if the technique of the orchestra is insufficient and the ensemble is not well balanced, the simple satire and the symbolic music language can be distorted and cause confusion easily. Challenging the Late Romanticism works means a great deal to me and it also motivates me to be more passionate.”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음악은 바그너와는 또 다른 방식의 스토리텔링이지요. 음악은 화려하고 복잡해 보이지만 교향곡보다 관념적이지 않고, 더욱 풍자적이고 해학적이며 직설적입니다. 다만 오케스트라의 테크닉이 부족하고 앙상블의 밸런스가 맞지 않으면 그 단순한 풍자와 상징의 음악 언어가 왜곡되어 혼란을 주기 쉽습니다. 부천필과 후기 낭만주의 음악에 도전하는 건 그런 면에서 의미가 있고 제 스스로도 더 열정을 갖게 하는 동기부여가 되기도 합니다.”
그의 말대로 후기 낭만 시대는 예술을 위한 예술의 시대였고, 음악 언어 역시 예술을 위한 예술 쪽에 가깝다. 또한 요즘 들어봐도 모던하다고 생각할 만큼 일반적이지 않고 스토리도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바그너의 음악 역시 독일적이고 북유럽 신화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비독일인들이 봤을 때는 접근하기 어려운 면도 많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바그너를 듣고 연주하는 것은 바그너가 음악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 속에 인간의 깊은 심연을 담아냈기 때문일 겁니다. 그가 남긴 메시지가 인생에 대한 질문들이고 인간과 인간에 대한 성찰이 담겨 철학적이기 때문이지요. 바그너가 쓰고 있는 음악 언어는 예술이 쓰고 있는 상징성과 암시를 이해해야 전달될 수 있는 언어들입니다. 19세기 후반 후기 낭만의 예술들은 생각의 범위가 넓어진 통찰 시대의 담론을 그대로 담고 있지요. 그걸 표현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이해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저는 그 시대 음악들이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연주되어 예술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같이 나눌 수 이는 기회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천필의 달라진 음색, 조화로운 밸런스
- Since 2015 the challenge of Youngmin Park has been praised that he evolved the orchestra’s stability and completed natural flow of the music after he held the baton unlike the previous generation of the Bucheon Philharmonic Orchestra. He also stated that it was the orchestra’s balance that he focused on since Maestro Park served as the music director of the Bucheon Phil.
2015년 박영민이 부천필의 마에스트로로 지휘봉을 잡으며 시작된 도전은 이전의 부천필과는 또다른 보다 안정되고 자연스러운 음악의 흐름을 완성하며 진화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 역시 부천필의 상임지휘자를 맡으며 가장 중점을 두었던 것이 오케스트라의 ‘밸런스’였다고 말한다.
“부천필은 역량이 뛰어난 오케스트라였지만 사운드면에서 좀더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밸런스를 맞춰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그런 부분을 3년 동안 꾸준히 지속적으로 보완하려 노력했고, 그렇게 단원들도 함께 안정되고 자연스러운 소리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해 왔지요.”
그는 오케스트라 소리의 밸런스를 맞추며 차근 차근 단원들을 리드했고 보다 넓은 예술 세계를 추구할 수 있는 새로운 레퍼토리 연주를 통해 부천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 배움과 성취의 기쁨도 맛볼 수 있었다.
“예전에는 제가 걱정이 좀 많은 성격이었는데(웃음) 부천필과 하나씩 새롭게 소리를 만들고 밸런스를 맞춰가면서 이제는 자신감도 얻었고 더 많은 기대와 가능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말러 교향곡 1번 ‘거인’도 녹음했었는데 이 작품에서 그동안 지나치기 쉬웠던 낮은 선율들의 조화를 맞춰가는 과정들이 무엇보다 의미있었지요. 자연을 음미하고 우주의 울림에 귀 기울이며 음과 음 사이의 여백들 조차 지나치지 않고 섬세하게 소리를 만들어가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자연스러운 음악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를 단원과 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아쉽게도 예술을 하면서 예술의 본질을 훼손하는 경우를 얼마나 많이 목격하게 되는가. 그는 예술이야말로 인간이 할 수 있는 최고 유희이고 세상을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는 시간이며,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순간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도전하려면 끊임없는 열정과 에너지도 필요하지만 고요히 음악의 흐름을 따라갈 시간과 사유가 필요합니다. 그것이 요즘 저에겐 책을 보는 시간인데, 책 속에 함축된 뉘앙스와 행간의 의미를 발견하며 새로운 기쁨을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도 이제 정신적 가치의 소중함, 예술에 대한 사랑, 인간에 대한 탐구 같은 의미 있는 철학적 담론이 여러 분야에서 다각도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변화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예술로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시간. 그는 음악을 할 때뿐 아니라 산책을 하고 책을 읽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모든 일상이 사소하지만 잔잔한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또 다른 예술이라고 말한다.
“Human nature has never changed past and present although we may say the 4th Industrial Revolution has come. We realize how mysterious, complicated and beautiful a human being is as we track the process that the art seeks who human being is. Bucheon Phil also exists for the art. Our endless challenge is well worth and means a lot.”
“지금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해도 인간의 본성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습니다. 인간이 누구인지를 예술이 풀어내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얼마나 신비하고 복잡하고 아름다운 존재인지 깨닫게 되지요. 부천필 역시 그 예술이 있어서 존재하는 것이고요. 우리의 끊임없는 도전은 그래서 의미있고 가치있다고 믿습니다.”
그의 말처럼 음악 속에는 인간과 인간의 다양한 감정이 녹아나 내가 누구인지를 성찰하게 하는 힘이 있다. 그것들을 예술 안에 담아낼 수 있는, 그래서 철학적인 담론을 넓힐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인터뷰를 써 내려가며 얼마 전 박영민이 지휘한 부천필의 말러 교향곡 1번 음반을 다시 들어보았다. 이전의 훌륭함보다 훨씬 더 뛰어난 건 다듬고 다듬어진 색채와 오케스트라의 밸런스였다. 삶의 고통을 겪으면서도 운명에 대항하는 거인이 그렇게 끊임없이 자신들을 내려놓고 예술의 본질에 다가서려는 인간의 노력 앞에 그 내면을 조용히 모습을 드러내는 듯했다. 누군가의 평처럼 그립고 아련한 말러의 음악 언어가 깊은 여운을 남기며 마음을 움직였다. 물처럼 투명하고 불처럼 뜨겁고 바람처럼 부드러운 예술의 힘이었다.
[News] Arirang TV Interview - Brahms Symphony No.1, October 2017
글 유윤종(동아일보 음악전문기자,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사무국장)
Written by Yoon Jong Yoo
(Music Special Journalist in Dong-A Ilbo, Managing Director of Seoul International music competition)
- R. Strauss, <Don Juan> Op. 20
- R. Strauss, Vier letzte Lieder
- R. Strauss, <Don Quixote> Op.35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음악은 매혹과 정열, 탐닉으로 점철된 세계다. 아니, 이런 요소들이 ‘의도적인 과잉’으로 치닫는 세계다. 이를 표현하기 위한 도구는 휘황함과 변덕(Capriciousness)이다. 슈트라우스는 고음현과 금관을 강조해 잘 연마된 금속의 표면과 같은 번쩍거리는 색채를 빚어내고, 날카로운 리듬과 수시로 변화하는 박자로 칼끝처럼 표제에 따라 원하는 악상을 빚어내는 데 대가였다.
여기서 빚어지는 질문이 ‘슈트라우스의 음악세계에 어느 정도의 휘황함과 변덕스러움이 적절한가’라는 것이다. 슈트라우스 자신이 악보에 담아놓은 만큼의 휘황함이면 될까. 슈트라우스 최고의 대변자로 자처했던 카라얀은 슈트라우스 음악의 고음현과 금관에 가장 강렬한 수준의 집중도와 한결 큰 음향을 요구했다. 이후 이는 1960년대 이후 일종의 경향을 이루었고, 악보의 객관적 재현을 넘어서는 수준의 뜨거움이 부가되었다. 각 장면의 묘사에 있어서도 악보가 요구하는 바를 넘어서는 지휘자의 주관과 칼날 같은 대비가 일종의 유행이 되었다. 이런 연주들에 익숙해진 청중에게는 박영민 지휘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연주한 ‘R. 슈트라우스 탐구 시리즈 III’가 새롭거나 낯익지 않은 세계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 The conductor required as detailed as it is written on the score not more than that, but not effusive. He was very cautious about even sudden tempo change apart from described on the score. His interpretation of R. Strauss is performed with different tone colour through this type of performance. The expression of Strauss was thoroughly gentle and splendid, not ordinary.
지휘자는 악보에 지시된 이상의 과열된 휘황함을 주문하지 않았고, 악보에 묘사된 이외의 급격한 템포 변화를 주는데도 매우 신중했다. 이런 성격의 연주를 통해 최근의 흔한 슈트라우스 연주들과 색온도가 다른 슈트라우스가 표현되었다. 그리고 이 낯익지 않은, 그러나 악보와 한층 가까울 수 있는 슈트라우스상은 한껏 화려하고 온화했으며 충분히 아름다웠다.
- Youngmin Park is considered as an expert of performing masterpieces of Late Romanticism creating beautiful balance of volume including G. Mahler. He has proved that he is fully experienced to express the ‘Mise-en-Scène’ showing many elements on the screen of the moment.
박영민은 말러를 비롯한 후기 낭만주의 대곡 연주들을 통해 악기군 간의 아름다운 음량 밸런스를 빚어내는데 능숙하다. 영상으로 비유하자면 한 순간의 화면 속에 요소들을 조화롭게 배치하는 ‘미장센’에 능함을 그는 증명해 왔다.
이날 연주의 첫 곡인 ‘돈 주앙’에서부터 이 점은 확연했다. 첫 부분에서부터 휘황하게 부풀어 오르는 현은 파트 사이 절묘한 밸런스를 잡아냈다. 결코 과열의 느낌을 주는 현악부가 아니었지만 오히려 단조로운 인상을 피하고 한층 탐미적인 느낌으로 귀에 붙었다. 믿음직한 기량을 선보인 금관과 적당한 온도의 현이 어울려 상쾌한 음색의 팔레트를 빚어냈다.
‘여성과의 열락’을 나타내는 정점에서도 고음현 뿐 아니라 관과 베이스의 세부가 정밀하게 잘 들렸다. 다른 많은 연주들이 놓치기 쉬운 요소다. 템포 역시 슈트라우스 특유의 변덕스러움 또는 신속한 전환에 지휘자 자신만의 색채를 더해 더욱 변덕스럽게 만드는 부분은 느끼기 힘들었다. 곡 마지막 부분, 불이 꺼지듯이 욕망이 가라앉는 부분에서도 악보에 지시되지 않은 리타르단도는 나타나지 않았다.
두 번째 스테이지에 연주된 ‘4개의 마지막 노래’는 소프라노 서선영이 솔로를 맡았다. 그의 이지적인 음성과, 노랫결에 따라 공명점을 자연스럽게 바꿀 수 있는 능력은 기대를 갖게 했다. 바그너의 음악극에도 자주 출연했으니 충분한 음량 또한 증명된 셈이다. 그러나, 낮은 음역에서 일부 가사가 잘 들리지 않았다. 소프라노 음량 자체가 관현악에 묻히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1곡 ‘봄’에서 ‘너는 나를 다시 보고(Du kennst mich wieder)’, 3곡 ‘잠들 무렵’에서 ‘별이 빛나는 밤(gestirnte Nacht)’같은 부분들이 그랬다.
1곡에서는 후주가 전해주는 색깔이 거듭해서 듣고 싶은 잔잔한 여운을 안겨주었다. ‘잠들 무렵’의 간주에서도 달콤한 앙상블이 펼쳐지면서, 여러 지휘자들이 선보이는 템포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이 곡을 마무리하는 부분에서 현악부의 신비한 화음 시퀀스는 기대한 이상의 매력적인 음색으로 귀를 붙들었고, 독창자도 적확한 음색으로 반응했다.
마지막 곡 ‘저녁노을’의 쏟아지는 듯한 전주 역시 앞의 곡들을 통해 상상한 바와 같았다. 여태껏 들어본 연주 중에서 가장 음량과 열도가 과하지 않게 정제된 편에 속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노을이 아니라, 이미 빛이 사위어가는 노을의 인상이었다고 할만했다. 부가되는 장점이라면, 화음이 교차하는 부분의 미묘한 색깔이 저녁노을의 묘한 ‘그라데이션’ 같다고 할까, 더 분명히 들린 점이다. 마지막 곡 후주, 금관의 사위어가는 지속음에도 울퉁불퉁한 면은 없었다. 필자에게는 독창 저음역 부분의 음량 문제가 마음에 걸렸지만, 관객은 세 번의 커튼콜로 서선영의 소프라노 솔로에 공감을 표시했다.
중간휴식 후 ‘돈키호테’는 부천필 첼로 수석 목혜진이 돈키호테 역인 첼로 솔로부를 담당했다. 오래 호흡을 맞추어 온 만큼 지휘자 박영민과의 ‘화학적 결합’이 무난했다. 슈트라우스적 기벽에 자신의 색깔을 더해서 굳이 복잡하게 만들고자 하지 않은 지휘자와 같은 지향점을 공유한 것으로 보였다.
1변주 ‘풍차를 향한 도전’에서는 기사의 추락을 나타내는 하프 소리가 뚜렷한 음량으로 들려오지 않았다. 7변주 ‘하늘을 나는 기사’와 8변주 ‘보트를 타고 떠나는 불행한 항해’는 이날 연주의 정점이었다. 전체 합주의 밸런스가 호화로운 느낌을 주었으며 금관의 투철함을 응원할 만 했다. 연습에 쓰인 시간과 성의가 실감나게 상상되었다. 9변주 ‘상상 속의 마술사와 벌이는 결투’에서는 바순의 듀오가 일부러 ‘에지’를 흐려 쉬 흘러가듯이 들리도록 한 것인지 궁금했다. 피날레에서도 첼리스트 목혜진은 절절하면서도 선이 간결하고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주었다.
이날 연주에 걸쳐, 슈트라우스가 고생을 시키기로 유명한 금관 파트에서도 순조롭지 않은 부분은 돈 주앙 마지막 부분 호른의 상행음형 일부와, 돈키호테 3변주 중간 직전 트럼본에서 나타났던 작은 멈칫함 정도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잘 귀에 뜨이는 정도는 아니었으며, 해외 악단들의 연주 실황과 비교해도 특별하지 않은 정도였다.
박영민 지휘 부천필은 앙코르로 드보르자크 ‘슬라브 춤곡’중 서정적인 제2번을 들려주었다. 역시 허식이 없는 담백한 색상으로 절절한 노래를 펼쳐나갔다. 열락과 도취의 세 메인프로그램에 선선한 바람과 같은 마침표를 짓기에 적절한 선곡이었다.
Bucheon Philharmonic Orchestra officially announced that Youngmin Park will lead the orchestra for 3 more years as a music director and conductor.
On October 31st the Committee of Bucheon City Arts Group stated that Maestro Park was chosen unanimously by common consent on September 7th.
Since 2015 he has been leading the Bucheon Phil Orchestra after serving as the music director and conductor of Wonju Philharmonic Orchestra.
‘Richard Strauss Series’ and ‘Mahler Symphony Series’ which Maestro Park reinterpreted in his unique style played with the Bucheon Philharmonic Orchestra received significantly great reviews saying that he showed the full range of the spectrum.
Bucheon City government informed that Maestro Park played an essentially important role to build the New Concert Hall which will be completed to construct in 2021.
His new term is from January 2018 to December 2020.
(Quoted from Yonhapnews, The Kukmin Daily, Newsis, SeoulEconomy Daily, E-Daily)
“베를린필하모닉홀에서 오는 10월께 공연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부천필하모닉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겁니다.”
박영민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사진)는 18일 “베를린필하모닉홀에 초청받는 것은 국내 오케스트라 중 2015년 경기필하모닉에 이어 두 번째”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 연주자들이 세계적 콩쿠르를 휩쓸며 이름을 알리고 있는 데 비해 한국 악단들은 그럴 만한 기회가 흔치 않은 게 사실이다. 박 감독은 “말러 연주 앨범을 꾸준히 내며 해외 클래식 관계자들에게 부천필을 알려왔는데 이런 노력이 통한 것 같다”며 “베를린 공연은 다른 나라 무대에 오르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은 부천필은 국내에 ‘말러 열풍’을 본격 확산시킨 악단이다. 후기 낭만주의 대표 음악가인 말러 음악은 1990년대까지 국내에서 거의 연주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서도 부천필은 1999년부터 2003년까지 말러 교향곡 10곡을 완주했다. 2007년부터 6년간은 또 다른 후기 낭만주의 작곡가인 브루크너의 교향곡 9곡을 모두 연주하는 대장정을 펼쳤다.
2015년부터 부천필을 이끌고 있는 박 감독은 지난해 임기 3년을 마쳤으며, 2020년까지 연임이 확정됐다. 그는 바그너 시리즈를 선보이는 등 잇따라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2015년엔 일본 가나자와에서 열린 ‘라 폴 주흐네’ 축제에 단원들과 함께 한국 오케스트라 최초로 참가하기도 했다.
올해엔 30주년을 맞아 그동안 연주 활동을 결산하는 공연들을 마련했다. 오는 7월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여는 ‘말러가 바라본 베토벤’ 무대에선 부천필의 독특한 색채를 선보일 계획이다.
“베토벤이 한 세기 뒤인 말러 시대에 살았다면 더 좋은 악기와 연주 기법을 활용했을 것이라 가정하고 말러가 편곡을 했는데요. 원작을 훼손했다는 비난도 받았지만 탁월한 관현악법을 접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해당 작품은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운명’과 ‘3번 영웅’이다. “정통 프로그램을 벗어나 신선한 시도를 하기 위해서 해외에선 이미 말러의 편곡 작품이 많이 연주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선 최초인데 색다른 편곡의 맛을 경험할 수 있을 겁니다.”
‘베스트 클래식 시리즈’에선 대중에게 잘 알려진 클래식 명곡들을 선보인다. 2월23일과 3월23일엔 부천시민회관 대공연장에서, 9월1일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2번’, 브람스의 ‘교향곡 2번’,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 등이 펼쳐진다. 박 감독은 “부천필하모닉의 연주를 즐겨들은 팬들을 집결시키는 축제 같은 공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Quoted from The Korea Economic 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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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been encouraged to take part in the meeting to discuss the construction of the concert hall with the mind of building a new house of the orchestra" said Maestro Park. He also added "It will be fully furnished with the broadcasting equipment to present the 'Digital Concert Hall' like Berlin Philharmonic Orchestra." The construction of the new concert hall, tentatively named 'Bucheon Culture and Art Center' will be completed by 2021.
1998년 창단 이후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언제나 새로운 도전으로 주목받아왔다. 그 중심에는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가 있었다.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이어진 '말러 교향곡 전곡 시리즈'는 한국에서의 첫 시도라는 평가를 넘어 말러의 음악세계를 완벽히 재현한 탁월한 곡 해석으로 '말러 신드롬'을 일으켰다.
부천필은 올해 30주년을 기념해 다시 한번 말러를 선보인다. 2015년 임헌정에 이어 2대 상임지휘자로 부임한 박영민이 3년 동안 다듬은 음색을 마음껏 펼칠 예정이다. 박 지휘자는 최근 재임이 확정돼 앞으로 3년 더 부천필을 이끌게 됐다.
부천필은 2018년 교향악축제에서 말러 5번을 연주하는 데 이어 5월 18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말러 2번 교향곡 연주와 녹음이 예정돼 있다. 말러의 교향곡 중 가장 사랑받은 두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말러가 바라본 베토벤' 기획이 눈길을 끈다. 후기 낭만주의 오케스트라 사운드의 한가운데에서 활동하던 말러는 '베토벤이 자신의 시대에 살았더라면'이라는 가정 아래 베토벤 교향곡의 관현악적 편곡을 감행했다. 부천필은 말러가 4관 편성으로 재해석한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과 3번 영웅을 7월 5일 예술의전당에서 연주한다.
또 부천필은 10월 베를린필하모닉홀에서 초청 연주를 계획하고 있다. 국내 오케스트라 중 베를린필하모닉홀에 초청받은 것은 2015년 경기 필하모닉에 이어 두 번째다. 박 지휘자는 "말러 연주 앨범을 꾸준히 내며 해외 클래식 관계자들에게 부천필을 알려왔는데 이런 노력이 통한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작년부터 시작한 부천문예회관(가칭) 공사도 30주년을 맞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회관에는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전용 콘서트 홀이 지어질 예정이다. 박 지휘자는 "부천필의 집을 짓는다는 마음으로 건설 회의에도 직접 참여하고 있다"며 "음향은 물론 베를린 필처럼 '디지털 콘서트 홀'을 선보일 수 있는 중계시설을 완비할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부천문예회관은 2021년 완공 예정이다.
(Quoted from The Maeil Economic 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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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rating the 30th anniversary of the orchestra, the Bucheon Philharmonic Orchestra will present the 2nd and 5th Symphony of G. Mahler. Then in May, the performance and the recording session of Mahler’s Symphony No. 2 are scheduled to take place in Lotte Concert Hall. Moreover, the special project named as ‘Beethoven through Mahler’s view’ draws public attention. Bucheon Philharmonic Orchestra stated that “the Late Romantic-era composer, Mahler ventured on the orchestral arrangement of the Symphony by Beethoven who is a Maestro a century ago” and “the concert in Seoul Art Center on 5th July is being attempted domestically for the first time. The audience will be able to enjoy Beethoven Symphony No. 3 and No. 5 with Mahler’s quadruple woodwind arrang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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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30주년을 맞은 부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말러 교향곡을 올해 주요 레퍼토리로 내놨다. 알려져 있다시피 말러 교향곡은 부천필하모닉이 지금까지 걸어온 역사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음악이다.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이어진 부천필하모닉의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는 한국에서의 첫 시도였고 국내에 ‘말러 붐’을 일으킨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다.
당시 부천필하모닉을 이끌었던 지휘자 임헌정에 이어 2015년부터 상임지휘자로 지휘봉을 든 박영민도 역시 말러 음악에 많은 애정을 쏟아왔다. 박영민과 부천필하모닉은 2016년 말러의 6번 교향곡을 연주해 음반까지 발매했으며, 지난해에도 1번 교향곡을 음반으로 내놓은 것을 비롯해 일본 가나자와시에서 개최한 라폴레 주네 페스티벌에서도 같은 곡을 연주해 호평을 들었다.
30주년을 맞은 올해에는 2번과 5번 교향곡을 선보인다. 4월에 열리는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에서 5번 교향곡을 연주한다. 이어서 5월에는 롯데콘서트홀에서 2번 교향곡의 연주와 녹음이 예정돼 있다. 또 ‘말러가 바라본 베토벤’이라는 특별기획도 관심을 끈다. 부천필하모닉 측은 예술의전당에서 7월5일 열리는 이 연주회에 대해 “후기 낭만 시대의 음악가 말러는 한 세기 전의 대작곡가 베토벤의 교향곡에 관현악적 편곡을 감행했다”면서 “베토벤의 교향곡 3번과 5번을 말러식 4관 편성의 연주로 맛볼 수 있는, 국내 최초의 시도”라고 밝혔다.
11월1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연주회도 올해의 기대작이다. 브루크너가 바그너의 죽음을 애도하며 작곡했던 교향곡 7번과 브람스의 ‘알토 랩소디’를 함께 선보이는 연주회다. 부천시립합창단과 메조 소프라노 이아경이 협연한다. 9월1일 예술의전당에서 선보이는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과 리스트의 ‘죽음의 무도’(피아노 박진우)도 올해의 기대작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30주년을 기념하는 무대로 오페라도 준비했다. 연말 레퍼토리로 사랑받는 푸치니의 <라 보엠>(연출 이의주)을 12월7~8일 부천시민회관에서 공연한다. 부천필하모닉과 부천시립합창단이 함께 꾸미는 무대이며, 합창단원들이 오페라의 주요 배역까지 맡을 예정이다. 부천필하모닉은 이밖에도 ‘청소년 음악회’ ‘어린이를 위한 음악놀이터’ ‘해설음악회’ ‘가족 음악회’ 등을 통해 보다 친근하고 대중적인 연주도 선보일 계획이다.
(Quoted from Kyung Hyang Daily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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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nstruction of the concert hall will begin at the end of this year and complete in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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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필하모닉은 1500억~2000억원을 들여 부천시청 내 6500㎡ 부지에 전용 콘서트홀을 짓는다. 올해 말 첫삽을 뜨며 2021년께 완공한다.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은 부천필은 그동안 전용홀이 없어 부천시민회관 등을 이용해왔다. 전용홀에 악기수리실도 마련할 계획이다. 박영민 부천필하모닉 음악감독은 “국내 공연장에 악기수리실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 곳이 거의 없다”며 “연주자들의 편의를 돕고 더 좋은 소리를 들려주기 위해 따로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Quoted from The Korea Economic Daily)
“부천에서 아시아 오케스트라 축제를 여는 게 꿈입니다.”
1988년 4월 창단된 부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서울 광화문에서 23일 만난 박영민 상임지휘자(53)는 “경기 부천은 문화도시로서 저력이 상당하다”며 “일본 홍콩 대만 등 아시아 오케스트라가 모여 실력을 겨루는 축제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부천필은 국내 최초로 말러와 브루크너 교향곡 전곡을 연주하며 한국 클래식계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2015년 부임한 박 지휘자는 말러 시리즈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시리즈 등을 시도해 주목받아 왔다. 그는 “해외 오케스트라와의 교류가 주는 자극이 있다. 국내 오케스트라는 실력에 비해 아직 국제적 명성이 부족한데, 아시아 주요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축제가 명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부천필은 2021년까지 부천시청 내 6500m²(약 1970평) 부지에 전용홀을 짓는다. 최근 세계적인 음향공학자 나카지마 다테오 씨 등과 부천필 단원들이 부천필만의 공간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나카지마 씨가 어떤 소리를 원하냐고 묻더군요. 부천필의 캐릭터에 맞는 홀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였어요. 집에서 듣는 음악과 차별화되는 사운드를 내는 공간을 만들려고 해요. 가장 최근에 만든 공연장이 최고의 공연장이라는 업계 이야기가 있는데,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그는 추계예대 교수와 지휘자 일을 겸하고 있다. 지휘자로서 가장 중요한 자질에 대해 “음악으로 소통하는 것”이라고 했다.
“오케스트라도 사기 진작이 중요해요. 그러려면 음악적 목표 외에 다른 요소가 개입되면 안 되죠. 저희 단원들은 음악적 욕심이 커서 제가 쉬자고 해도 더 연습하자고 합니다. 고마운 일이지요.”
(Quoted from Dong-A Daily)
Copyright © 2017 Youngmin Park